- 강력한 잡음 제거 기술과 센서, 비금속 지뢰도 탐지 가능
- 지뢰 피해국 캄보디아서도 호평…전후 복구 사업에 유용

PRS-17KM./엠씨에스테크

어떻게 보면 지뢰는 가장 이상적인 병사다.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되고 의식주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설치해 놓으면 완전히 풍화돼 무력화되기까지 수십년간 불평도 없이 제자리를 지킨다. 물론 단점도 있다. 눈이 없어서 피아식별을 못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는 적대 행위가 종식된 이후에도 과거에 마구잡이로 매설된 지뢰로 인한 피해가 이어져왔다. 그래서 각국은 대인지뢰 금지조약(1999년 발효)을 통해 대인지뢰의 폐기와 매설 지뢰 제거를 약속했다. 그러나 남북한은 아직 휴전 중이라는 이유로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현재도 휴전선 인근에는 양측이 많은 지뢰를 매설하고 있다.

이는 통일 이후는 물론 당장에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여름철 홍수때마다 떠내려온 유실 지뢰로 인한 사건사고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심지어 아직도 무력화되지 않은 한국전쟁 당시 매설 지뢰로 인한 사건사고도 있다.  

대인지뢰 금지조약 가입국들도 기존에 설치한 지뢰원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우수한 지뢰탐지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메이커 엠씨에스테크에서 개발ㆍ제작한  휴대용 지뢰탐지기 PRS-17KM이 지뢰 피해국 캄보디아에서 100% 지뢰탐지에 성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의 작동 원리는 금속 자기유도 방식이다. 땅속에 묻혀 있는 금속 물체에 1차 자기장을 송신하면 금속 물체에 와전류가 발생, 2차 자기장이 생성된다. 이 2차 자기장을 전기 신호로 변환한 후 증폭 및 필터링한다. 그런 후 이 신호를 제어부에서 가공해 탐지 경보로 출력해내는 것이다.

그런데 PRS-17KM은 금속제 지뢰뿐만 아니라 북한의 목함지뢰, 러시아의 나비지뢰 등 비금속 지뢰도 탐지할 수 있다.

비결은 첫 번째로 우수해진 잡음(noise) 제거 성능에 있다. 잡음은 금속이 아닌 물체가 내는 약한 자기장 신호다. 기존 제품의 잡음제거 기술은 필터링 기법과 신호 평균화 방식이라서 변화가 심한 환경에서는 한계가 컸다. 하지만 PRS-17KM의 잡음제거 기술은 기존의 방식에 엠씨에스테크 특허 기술을 융합해 성능을 높였다.

아무리 비금속 지뢰라고 하더라도 뇌관을 때려 폭발시키는 공이에 작은 금속 부품은 부득이하게 쓰인다. 이런 금속이 내는 자기장 신호는 잡음과 마찬가지로 약하다.

기존 제품은 잡음제거 기술이 약했기 때문에 작은 금속 부품의 진짜 신호와 잡음을 구분 못했다. 그래서 비금속 지뢰는 잘 탐지 못했다. 그러나 PRS-17KM은 작은 금속 부품의 신호와 잡음을 구분, 진짜 신호는 전달하고 잡음은 걸러내 버릴 수 있다.  

두 번째 비결은 높은 센서 성능이다. 기존 제품의 센서는 감도 조정 범위가 좁고 필터도 아날로그 방식이라 오탐지율이 높았다. 그러나 PRS-17KM은 수신 감도가 우수한 리츠와이어를 채택하고, 패러데이 실딩 처리를 통해 주변 잡음을 최소화했다. 감도 조정 범위도 늘려 주변 환경에 대응력이 우수하다. 이로서 오탐지율을 크게 낮췄다. 

또한 듀얼 콘센트릭(이중 동축) 방식을 적용, 2차 자기장 형성에 필요한 금속의 와전류 형성 능력이 좋고 플라이백 응답 시간이 빠르다. 이 때문에 단위 면적당 탐지 속도도 빠르다. 기존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대체해 하드웨어를 단순화하고, 부품 수를 줄여 효율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무게 역시 작업자의 피로도를 줄이도록 경량화됐다. 기존 PRS-17K(4kg) 대비 30% 이상 가벼운 2.7kg이다. 금속 부품 대신 고강도 플라스틱 부품 사용, 더욱 작아진 센서와 집적회로의 사용이 경량화의 비결이다. 전원은 1.5V AA 배터리 8개로 최대 24시간 연속 작동이 가능하다.

작동 가능 기온은 섭씨 영하 30도부터 영상 60도까지다. 수심 1m 깊이까지 수중 탐지도 가능하다. 유저 인터페이스(UI)도 직관적이라 사용자의 교육 수준에 상관 없이 최소한의 조작 훈련만으로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작년 공병학교에서 실시한 성능 시험 성적서. /엠씨에스테크

이 제품은 2024년 대한민국 육군 공병학교에서 실시한 성능 실험에서 철, 스테인레스, 황동, 알루미늄 각 200개씩 총 800개의 금속 물체 중 799개를 탐지, 탐지율 99.87%를 기록했다. 캄보디아 지뢰제거청(CMAC)의 깜퐁츠낭 지뢰탐지 시험장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도 매설된 지뢰 14발 모두를 찾아냈다. 캄보디아는 지뢰원 제거로 애를 먹는 대표적인 나라다. 

캄보디아 지뢰제거청(CMAC)에서 실시된 실험 장면./엠씨에스테크

현재 PRS-17KM은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유럽 국가는 물론 동남아시아 및 중동 국가들과도 수출 상담이 진행 중이다. 마침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현재 PRS-17KM이 전후 복구 현장에서 전쟁의 상흔인 지뢰를 제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황시완 기자 hsw@sandtimes.co.kr